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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4

소란-루프 관련 그날, 당신이 독살 당했다는 걸 안 그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딱 10년이다. 그러니 앞으로 10년 동안 당신을 잊어보자. 당신과 함께 갔던 곳은 가지 않고, 당신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과는 연을 끊고, 당신이 무엇을 해냈는지 조차 깡그리 잊어버리자고. 만약 그래도 그렇게 10년이 지나도 당신을 잊지 못한다면, 그때부터 당신을 추억 하자고. 나는 10년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미뤄온 혼례를 치르고, 아직 통일 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나라를 지키고,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노예로 살았다. 그리고 당신이 죽은지 10년째인 그날 깨달았다. 나의 노력은 아무 의미 없다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웃는 당신의 얼굴, 지극히 도전적이던 말투, 힘들어하면서도 등을 곧게 세우던 .. 2015. 10. 13.
마이 프린세스 보고 생각난 것 이런 풍의 여주가 취향. 2005년 8월 15일. "저는 여기에서..." 손이 떨린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입술이 달싹거린다. '그냥 종이에 써 있는 말을 읽으면 되'라고 그 사람들은 말했지만, 들고 있는 종이에 적힌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정말 괜찮겠어? 언젠가 후회할지도 몰라. "조선 왕조와 대한 제국의 종말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내뱉고 나니, 차라리 속이 시원해졌다. 끊임없이 번쩍거리던 카메라의 플래시도, 기자들의 자판 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 뒤에 선 사람들은 입을 벌린채 당황하고 있겠지. 쌤통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입니다. 모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실명씨는 이 자리에 나온 겁니까?!!".. 2011. 1. 31.
[백업용] 모처 의인화 스레,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1. 1. 28.
정-월하영 부드럽게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느끼며, 정은 눈을 떴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만족감은, 침상 옆 빈 자리를 보는 순간 사라졌다. 대신 방 안 다른 곳에서 여인의 나직한 콧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정은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대강 끼워 입고 노래가 들리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안뜰과 이어진 문가에서, 그녀-월하영-을 발견했다. 그의 차림도 무례한 편이었으나, 그녀의 차림도 가관이었다. 잠자리옷으로도 가끔 쓰이는 긴 두루마기는, 앞섶을 잠그지 않은채 풀어헤친 상태였다. 그 차림새로 문가에 기대어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어서, 옷이 거의 사람을 가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월하영은 그런 모습으로 안뜰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정이 월하영의 정면에 서자, 노래가 멈.. 2011.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