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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괭이를 죽인다

도서관 알바 1주일

by 리엘란 2006. 7. 10.
도서관 알바라고는 하지만, 봉사활동과 비교했을때는, 단지 봉사 시간 대신 돈을 준다는 것 외에는 별로 차이점이 없다. 그리고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 도서관 봉사활동으로 인해 어지간한 책은 제목만 보고도 분류번호를 때려맞출 수 있는지라, 책찾고 꼽는데 어려움은 거의 못 느끼고 있다.

도서관 알바는 가사노동이다. 게으름 피우면 한없이 여유롭고, 바쁘게 하려면 해도해도 할일이 또 생긴다. 해도 티가 안나고, 안하면 티가 확 난다. ㅠ.ㅠ 결국 일과 딴짓(책읽기, 낮잠자기) 사이에 적당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것이 알바를 편하게 때우는 방법이다. (도서관 직원분들도 적당히 알아서 쉬라고 하셨다) 나는 놀랍게도 도서관 직원분들께 착실한(!) 아이로 인식되고있는듯.

원칙적으로는 하루 종일, 실제로는 근무시간의 절반 정도는 서 있어야 하기때문에 다리 단련에 상당히 도움을 주며, 책을 날라야 하기때문에 팔힘 단련에도 상당히 좋은편이다.

내가 걸린곳은 300(사회과학), 400(자연과학), 500(기술과학)에 영서 서가. 700(언어), 800(소설), 900(역사) 서가처럼 사용자가 많은 서가는 아니지만 이번호대 책들은 워낙 구매자가 적은편이라 고급화 전략으로 나가서, 무거운 종이는 기본 하드커버와 컬러페이지는 옵션쯤으로 생각하는 책들이 태반이라 무겁다. 게다가 중간에 땡땡이 치면서 읽기엔 책들이 재미가 없다. 전공서따윈.. 전공서따윈..(운다)

이 번호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책은 590번대 가정생활과 370번대 교육, 그리고 325번대 자기관리 서적과 327, 328번대 재테크와 부동산 서적. 특히 어제는 일요일의 아줌마들의 러시가 있었다.
그 결과... 요리책이 싫어졌다. 책 두께는 얇은편이지만 안쪽이 전부 컬러라 책이 무겁고, 아줌마들이 절대로 제 위치에 꼽아두지 않고 아무데나 막 끼워두시기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계열 책도. 사람들이 아무데나 꽂아놓고 가는 교육책을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외치곤 한다. '아줌마 아저씨 아새 대학 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심...' 교육책 읽으면서 얘 공부 계획을 짜기 전에 자신이 본 책은 제자리에 꼽아두는 착실한 어른이 되라고!!!!

별로 많진 않지만 도서관 알바 1주일동안 눈에 띄었던 책들

-2002년 청소년 유해도서 목록
마린블루스에서 보면 TV에서 1주일동안 시청자 모니터링 받아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주로 문제장면이 지적되는 그 프로그램이야 말로 1주일간 방송된 모든 문제 장면 모음집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리고 이 유해도서 목록도... 역으로 생각해보면 여기 나온 책 다 읽으면 온갖 삐이하고 피터지는 장면은 원없이 볼 수 있다.(쿨럭) 특히 BL만화가 굉장히 많이 적혀있어서, '이런책도 있단 말이야?'라고 외친게 몇번 된다. 나중에 BL이 고플때 참고 서적으로 쓸 수 있을지도. 대신 남성향 에로만화도 같이 적혀있기때문에 출판사를 참고해가며 골라야한다.
근데 정말 궁금한건데 이거 다 읽고 선정한걸까. 상당히 메이저한 출판사인 대원이나 서울, 학산도 적혀있기때문에 단순히 출판사명만 보고 고른것 같진 않단말이지.
그리고 매일 맑음이 2002년에 이미 2권이 발간되어 있더라는 놀라운 사실도 알았다. 만화가쪽이 만화 안그리는 건가.

-호주제의 장점(이것과 비슷한 제목이었음)
제목만봐도 호주제 찬양 서적인듯 해서 한번 무슨 내용이 써있나(미리 읽어보고 나중에 논쟁할때 써먹을 생각이었다) 펼쳐봤다가 30초를 견디지 못했다. 월간 조선에 이은 신기록이군.
다른건 다 뛰어넘어서 일단 기본 개념 자체가 다르다. 필자가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를 인정을 못하는데, 대화가 되겠냐.(아마 '소박'은 인정할지도 모르겠다)

-코르티잔, 매혹의 역사
옛날에 창녀 어쩌고 저쩌고 해서 읽었던 책이랑 내용이 비슷하다. 일단 등장인물이 비슷비슷하니까; 짧게는 18세기 부터, 길게는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의 주역으로 살았던 그녀들의 인생은 눈물이 있기에 빛났고, 비탄이 있기에 아름다웠다. 그리고 시대는 그녀들의 미소에 홀려있었다.

-만약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드디어 다 읽었다! 좋은책이다. 음음.
책에 J.F.케네디의 미망인이 재클린 케네디가 있었다.
'인사이드 딥스로트'가 보고 싶어졌다. 과연 그 다큐멘터리는 그녀에게 관심을 주었을까.

-총.균.쇠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재밌다. ...지르자;

....어깨 아프다. 포스팅 착실히 해야할텐데..

덧/ 도서관 봉사활동 시절과 도서관 알바 시절의 결정적인 차이 : 장갑을 준다. 매우 행복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