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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괭이를 죽인다

구미호 : 여우누이뎐 최종화

by 리엘란 2010. 8. 25.

악평이 너무 많이 쏟아지길래.... 난 그정도까지 실망하지 않았는데 ㅠㅠㅠ

하기사 울 엄마도 '어째 전부 죽고 망해?!! 너무 심하지 않냐?'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구미호 : 여우누이뎐의 이야기야 뭐 잘 알려진대로.

인간이 되고 싶어서 10년간 인간과 같이 살았지만, 결국 마지막날에 인간에게 배반당해 도망친 구미호.

하지만 그녀에겐 딸이 있었고, 그 딸을 지키기 위해 결국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옵니다.

그들 모녀가 몸을 맡긴 윤두수의 딸(초옥이)은 병을 앓고 있었고,

딸의 병을 고치려면, 딸과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구미호의 딸 연이를 죽여 그 간을 먹여야 한다고 하는데....

 

1. 대비되는 모정

초옥이의 어머니는, 초옥이를 살리기 위해, 서둘러 연이를 죽여 그 간을 빼오라고 남편을 닥달합니다.

아마 남편이 구미호(구산댁)에 대해 관심을 갖는걸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하여간 그녀가 말하는 그녀의 행동원리는 모성이었습니다. 자식이 죽어가는데 어미가 무엇인들 못하겠냐고.

거기에 마지막화에서 구산댁이 일갈하죠 '자기 자식을 위해 남의 자식을 죽이는 부모는 부모가 아니다'

 

구산댁은, 연이의 간을 먹고 살아났으면서 연이에게 전혀 죄책감 없이 뻗대는 초옥이에게 '널 죽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초옥이가 초옥이임을 알고 있었어도, 그녀를 거둬 초옥이가 연이인 것 마냥 보살핍니다. 초옥이가 자신이 완벽하게 구산댁을 속이고 있다고 믿을만큼요. 결국 자신을 말려죽이는 초옥이의 행동을 받아들입니다.

초옥이의 부모를 죽여버렸다는 죄책감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때나마 초옥이 안에 연이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결국 살아남은건 초옥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구산댁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오열하죠.

(이 부분의 연기는 진짜 좋았습니다. 어머니라고 부르는걸 주저하는데, 그런 말을 해선 안될 것 같은데 결국 해버리고, 한번 터진 봇물은 멈출 수가 없죠.)

 

2. 만신

아놔. 결국 이 아저씨 뭐였음?? 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결국 깔끔하게 밝혀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악한 인간의 간을 먹고 몇백년 동안 살아왔다는 사실만 밝혀졌죠.

개인적으로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이 아니게 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구산댁에게 '인간은 자기와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고 했을때, 본인은 '인간이 아닌 너(구미호)'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느낌.

 

근데 짐승남 아빠랑은 무슨 관계임?

 

3. 윤두수

찌질 캐릭터 중에 상위권. 연이를 죽인 것은 아내(마님)탓이고, 아내를 죽인건 구산댁 탓.

행한 이는 본인이면서도, 그 죄책감을 잊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만 했죠.

죄책감에 시달리고, 핑계대고, 남에게 책임을 미루고. 참으로 인간적인,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연이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 윤두수를 찔렀지만, 그건 환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신인 연이가 물리적으로 찌르진 못했지만, 그 모습을 본 윤두수가 충격을 받아 상처를 입었다는 느낌.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랄까요.  

 

결국 구산댁이 윤두수를 죽입니다.

구산댁, 만신은 죽이지 않고 평생 괴로워하며 살라고 했죠. 그에 비하면 마지막 호의정도는 베풀어준건지도.

 

4. 짐승남-짐승남 아빠-매향-만신의 관계

어디선가 본 글에 따르면 나름 잘 설명해놨던데, 왜!! 왜!! 안한거야!!!! 떡밥을 회수해! 회수하라고!!

 

 

뭐, 재밌게 봤습니다. 떡밥 회수 문제와 연출 문제로 마지막화를 보고 분노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전 이걸로도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서로 지독한 모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 사람 이하의 짓을 해버린 사람과, 사람보다 훨씬 미덕을 갖고 있던 구미호의 대비되는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었으니까요.

 

근데 지금 기획의도를 보고 있자니 기획의도와 내용이 좀 엇나간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