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아키미씨의 신작 '이브의 잠'은 바나나피쉬-야차의 세계관을 잇고 있다. 그걸 보며 드는 생각은 달랑 하나. '에이지를 내보내줘!! 아니면 소식만이라도 알려줘!!' 세 작품에서 공통 인물은 '신'이다. 단 한번도 주역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한번 이상은 얼굴을 들이밀면서 바람결에 소식도 전해주고는 하는데, 어째서 바나나 피쉬의 주인공이었던 에이지는 얼굴은 커녕 소식도 안 전해주는걸까 -ㅅ-;
*가끔 애정도와 구매욕구가 비례하지 않는 만화책이 있다. 바나나피쉬 역시 좋아하지만 별로 사고싶지 않은 케이스. 반쯤 충동 구매로 바나나 피쉬 외전-private opinion을 사긴 했지만, 본편은 별로 사고 싶지 않다. 아마 산다면 마지막권만 죽도록 파거나, 마지막권만 저 어딘가로 던져버릴 것 같다.
*전권을 읽은건 2년전이 처음이자 마지막. 내 휘발성 기억력에 만화책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오로지 두 주인공의 감정적 교류(?)만이 기억에 남는다. 바나나 피쉬가 작중의 마약 이름이며, 이야기의 발단이라는 것도 뒤져 보다가 기억이 났다;;
*바나나피쉬 1권 그림체는 팬심이 가득한 지금도 극복하기 힘들다. 1권에서 '여기 어디에 미소년이 나오는거냐!'라고 외친건 나만이 아닐것이다. 바나나피쉬를 쉽게 추천해주기 힘든 이유도 역시 1권 그림체의 압박. 거기다 내용도 은근히 빡쎄서 처음 볼땐 1권에서 gg를 친적도 있다. 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팬심+콩깍지+세뇌효과로 애쉬가 미소년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 생각해보면 역시 변화는 5권이었다. 턱시도+포마드.......... 애쉬의 변신(?)을 기점으로 작가의 그림체도 그야말로 변신에 성공했다. 펜촉을 바꾼거였나?
*애쉬는 누구라도 경애할 수 밖에 없다. 180 혹은 그 이상의 IQ, 금발의 푸른 눈이라는 미모(..그림체만 극복한다면-_-) 1개 소대는 문제 없는 전투력, 냉정 침착함, 그러면서도 친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다정함 등등. 어지간한 찬사는 모조리 다 가져다 붙여도 어울리는 저런 인물을 경애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에 애쉬가 사랑한건 에이지였을 것이다. 만화책을 보면서 애쉬가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는지 상관없이 애쉬를 숭배하거나 증오해버리는 사람들 속에서 애쉬가 보여주지 않는-혹은 보일 수 없는 애쉬를 찾아낸건 에이지니까. 에이지만은 애쉬에게 무엇이 되기를 요구한 적이 없다. 어린 시절에는 육체를 요구당했고, 나이를 먹어서는 자신보다 우월한 그에게 증오를 보내거나,(그리고 애쉬도 그런 증오를 웃으며 넘길 성인이 아니다)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리더 역할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였다. 그래서 에이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애쉬를 경애하는 만큼, 그를 구원해주고,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보여준 에이지를 좋아한다. 사실 에이지는 만화 진행중에 허구헌날 납치당하고, 두들겨 맞고 해서 가뜩이나 인생이 빡빡한 애쉬의 고민거리를 늘려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캐릭터를 제일 싫어하고. 하지만 에이지만이 예외가 되는 것은 그만이 내가 경애하는 애쉬를 구원해주었기 때문이다.
*애쉬와 에이지의 사랑(?)은 어디까지나 만화책에서 묘사된 것까지. 절대로 플라토닉이다. 에이지는 너무 순진하고(?;) 애쉬는 절대 에이지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것이다. 마찬가지로, 애쉬의 에이지에 대한 사랑이 더 컸을 것 같다. 다만 그 표현이 결코 성적이지 않았고(아니 그 전에 그런 대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도 있으니.) 오로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는 그런 헌신이었다. 그리고 에이지가 애쉬에 대해 제대로 자각한건 애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프라이빗 오피니언 뒤에는 작가가 후기 식으로 그려둔 만화가 있다. 그걸 보면서 나만 애쉬가 행복해지길 바란게 아니라는걸-어쩌면 당연한거지만-알았다. 수많은 일본팬들도 애쉬가 살아남기를, 에이지와 함께 하기를, 그리고 가능하면 일본으로 가기를 바랬다. 애쉬가 행복해지기를 바랬다. 내가 생각해왔던 이상의 결말도 애쉬가 더이상 무기를 잡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에이지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만약 막판에 에이지가 죽었다면 애쉬는 어떻게 됐을까.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타입이니까 마지막(그렇니까 그 마지막 싸움이 기억이 안난다. 파파 디노 죽을때던가...)까지 싸우고.... 아마 싸움이 끝나기 직전에 죽어주지 않았을까.(타살의 형태를 한 자살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애쉬는 원래 '이런 세상'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됐을 에이지가 자신의 싸움에 말려들어서 죽는다면, 그 죄책감을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애쉬가 자살하는 모습 역시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애쉬 사후에 에이지의 모습은 빛의 정원이 끝. 신은 '애쉬는 영원히 에이지를 차지했다'고 하고 에이지는 7년만에 간신히 애쉬와의 추억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에이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보통의 사람들처럼 결혼을 했을까? 애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에이지도 시간이 흐르면 애쉬를 잊고 다른 사랑을 할꺼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에이지의 모습을 에이지가 애쉬 이외의 다른 사람과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진 않다.(2차원 인물이 대상이 아니라면 상당히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에이지가 사진을 찍는 한은, 에이지의 프레임 안에 애쉬가 떠나지 않을 것 같노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에이지를 내보내주지 않는건 나랑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영원히 한사람만을 사랑하는건 불가능하다고 믿으면서도, 그가 다른 이와 함께하는 광경은 보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