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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괭이를 죽인다

카야타 스나코, <새벽의 천사들>

by 리엘란 2010. 4. 27.

델피니아 전기도 다 읽었었고.

도서관에 전권 들어왔길래 읽었습니다.

 

한줄 감상 : 인외생물 이야기는 이제 그만.... orz

 

'죽음은 약속된 휴식'이라는 루트에리노 대왕-이영도씨-의 말에 교육받은 저로서는

치료법이 발견될때까지 자기 아내를 냉동시키고,

그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클론 기술을 동원해 다시 태어나려는 인간도

그리고 살아돌아온 인간들을 반갑게 맞는 인간들도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설 읽으면서 약간 구토감이 날 정도로.

거짓말 안하고 전에 읽었던 미저리보다 더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작가로서는 '그렇게까지 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는게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죠.

'다음 생'에 의지하느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만남을 준비하는게, 훨씬 더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마음을 강하게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저는 이런 감각을 못 따라가겠어요. 저로선 이 설정이 생성과 소멸이라는 '살아있는 것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기분입니다.

일단 범죄는 아니니(?) 취존중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결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델피니아 전기때는 그럭저럭 '현실'의 영역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마다 먼치킨같지만 일단은 인간들이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새벽의 천사들에서는 '보통 인간'이 없어진 느낌입니다. 최소한 주연 레벨에서는.

게다가 주연 레벨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에게서 전부 현실 감각이 실종되면서, 소설에서 나오는 현실도 일그러진 느낌입니다. 이 소설의 현실은 먼치킨인 등장인물들에게 짓눌려서, 그들 편한대로 변형되버렸어요.

 

그렇니까 루가 문제입니다.

델피니아 전기때도 그럭저럭 잘 보다가 루가 나온 이후부터 소설에서 껄쩍지근함이 느껴졌다고요!!

이 망할 먼치킨 겸 조커인 인외생물이 '현실 붕괴'의 원인이자 주역임.

리도, 해적도 먼치킨이긴 한데 조커는 아니에요. 얘네 개별로는 현실을 일그러트리지 않는데, 루랑 결합하면 얘들도 현실을 일그러트리는 '무언가'로 바뀌어버립니다. 한줄 감상에 써진 '인외생물'이 되어버린달까.

 

하여간 작가가 슬슬 얘네랑 헤어지고, 좀 보통 인간을 다뤄봐야하지 않나 싶지만

그럴 마음은 없어보이는군요. 뭐 본인 일이니까.

아 근데 일러스트는 델피니아 전기를 했던 오키 마미야씨가 훨씬 수려하게 잘 어울렸음.

 

덤/개인적으로 '젬을 잘 돌보기 위해 자신이 친엄마가 아닌걸 밝히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살펴놓고 '난 니 친엄마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쪽이 더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면 애가 이상하게 자랄꺼라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안 가요.

 

덤2/ 루가 E.V. 발렌타인을 발견하고 항성계 하나를 날려버리려고 했던건 이해할 수 있었어요.(어떤 의미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좀비 1호때랑 좀비 2호때는 이런 좌절스러운 기분을 안 느꼈는데 왜 유독 좀비 3호에는 좌절스러운건지.. 서술이 길어서? 아니면 좀비 1,2호는 원래 그 세계 인물이 아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