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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시험이 도움이 되었던 때

by 리엘란 2010. 11. 14.

길디긴 덕질 인생, 이런 에피소드 한장 없으면 왠지 슬퍼지지 않습니까.

그때는 제가 동아시아 근대사 수업을 듣고 있던 때.
일본 근대사 파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듣던 중 '안세이의 대옥'이라는 대목이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제가 그럭저럭 즐겨 읽는 만화책 '바람의 빛'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선생님은 그 파트를 매우 가볍게 넘어가셨고, 저는 프린트에 딱 한 단어를 적어두었습니다. '대학살'

그리고 기말고사. 저는 열심히 프린트를 노려보며, '아마 시험문제는 사쿠라다몬의 변이 나오겠지'고 공부했습니다. 안 나온다고 생각해서 공부 안하는건 아니지만; 하여간 수업시간에 설명한 시간과 분량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기말고사 시험지에는 '안세이의 대옥'이 떡하니 써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 얼래?를 외치며,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답안지는 채워야하는 법. 열심히 만화책에서 본 에피소드 떠올리고, 그 에피소드에서 너무 만화적이고 덕후적인 부분을 제외한 다음, 수업시간에 들었던(필기는 안 한) 내용을 덧붙여 답을 적었습니다. '원래 화재 등의 사건이 발생할 때는, 죄수를 방면하였다가 화재 후 다시 죄수들이 돌아오거나 잡아들였는데, 이 당시 에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죄수를 방면하지 아니하고 어쩌고 저쩌고'

결국 이 답안의 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아무리 생각해도 남들도 공부 안 할 내용이었음) 해당 과목 성적은 제법 잘 나왔다는 덕후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