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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08년 다이어리들을 보다가

by 리엘란 2007. 12. 2.
내 기억이 맞다면 '다이어리'라는걸 초등학교때 사봤다. 당시 유행했던 6공 다이어리의 영향을 지대히 받아서-_-;;; 뭐 그 시절 여자얘라는게 뻔하지 않나. 주변에서 사는거 따라 사는;; 특히 당시에는 큰 연한색 종이6공 다이어리 커버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만화 그림 붙인 다음, 그 위에 아스테이지를 붙여서 갖고 다니는게 유행했다. 물론 따라해봤고.. 실패했다-_-;; 내 손재주가 메주지 뭐.

그렇게 처절했던 첫 실패의 기억을 뒤로 하고.. 문제의 중2 시기가 지나자 나의 모든 돈은 만화와 애니에 퍼부어지기 시작했으므로, 당연히 이런데 관심 쓸리가 없었다. 그럴 돈이 있으면 만화책을 하나 더 빌려본다!!
그래도 일기장 비슷한 건 갖고 있었는데, 사실 거의 내용이 없다. 대개 엄마한테 혼나고 불만을 토로한 글이 가득 적혀있다.(엄마가 안보셨겠지?;)

고3때는 나름 스케줄 관리..라기 보다 오늘의 할일 정도는 적어놔야 해서, a4종이에 한달 달력을 그려놓고(컴퓨터로 뽑았다. 손으로 할리가 없지 않나!!), 거기에 좋아하는 만화 그림 하나 정도 붙여놓았다. 당연히 그날 공부할(혹은 공부한) 내용이 적혀있다. ...당일 본 모의고사 점수도;;;

대학때 와서도 이렇게 살 수는 차마 없었던지라, 다이어리가 필요했던 찰라에, 학교에서 입학기념(!) 수첩을 하나 줬다. 그래서 그날부터 거기에 빼곡하게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일기를 착실하게 쓰기 시작한 때는 이때부터 인 것 같다. 물론 일기라고 해서 인생을 논한다던가.. 그런건 아니고 그냥 당일의 느낌이라던가, 졸았던 기록이라던가;; 하여간 쓰잘데는 없지만 그저 토로하는 용도로 적었다.

그치만 2학년때는 주지 않은지라-학생과에 받으러 가야 했는데, 받으러 가지 않았다- 선물로 받은 작은 6공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쓰는 패턴은 1학년때랑 많이 유사했다.
그러다 패턴이 바뀐게 원래 다이어리에 꽂혀있단 daily 속지를 전부 쓰고 나서였다. 원채 작은 6공 다이어리는 속지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daily 속지도 없고 찾기도 귀찮은지라, 나는.... 그냥 줄 속지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_-;;;;;;; 어떤 의미에선 편했다. 하다못해 만화책 감상을 쓰는 일도; 아마 보통의, 하루 분량이 선으로 정해져있는 다이어리들이 싫어진건 이때부터인듯하다.

그러다 06년 가을 학기 시작쯤에 새로 커다란 6공 다이어리를 선물 받아서(분명히 남한테 받은걸 나한테 주셨다.-_-;) 잠시 잠깐 써봤다. 그 와중에 프랭클린 플래너를 알게됐다. 샘플을 써보니 마음에 들어서 계속 쓰게됐다. 문제의 돈봉투사진은 그 결과물이다.
그리고 1년단위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가 다해갈때, 이번엔 속지를 사지 않고 내 나름의 커스텀을 거쳐 새로운 속지를 만들어냈다. 물론 굉장히 투박하다. 심플했던 프랭클린 플래너는 그나마 종이에 색이라도 입혀있지만, 이건 그냥 종이에 줄 그어놓은 것이다. 줄을 점선으로 안바꾼건 정말 후회하고 있다-_-;

상점에서 파는, 특히 신년 준비용으로 나오는 다이어리들은 참 예쁘다. 그림도 예쁘고, 글자체도 예쁘고, 표지도 귀엽고.
그러나 나는 사지 않는다. 이런 다이어리는 가끔 그림이 너무 예뻐서 펜을 대기에 황송한 때도 있고,(하물며 거기에 내 글씨를!!!) 그림때문에 검은색으로 쓰면 글씨가 묻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는 다이어리 꾸미는데 별 흥미 없고, 꾸미지 않는 쪽이 다이어리의 미(美)에 도움을 주는 쪽에 속한다.
그리고 금전관리 5장, 프리노트 10장, 유선노트 12장.. 이런식으로 정해져 있는 쪽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만큼이 하루'라고 정해진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이어리들은 속지를 더할 수 없는 제본식이거나, 다른 종이를 끼워넣으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내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이런것들을 선택하지 않으메 내가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귀여운 그림도 포기해야 하고, 속지를 만드는 일에도 나름 시간을 투자해야하고(만들어 두면 주구장창 쓰긴 하지만). 그리고 아무리 기를 써도 종이 크기의 제한에서 벗어나긴 힘들다.(내가 커버를 만들지는 않을테니 ㅠ.ㅠ)
그래도 나는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다이어리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보다가 마음에 드는 속지가 있으면 스스로 만들어도 된다. 이 다이어리를 내게 맞게 바꾸어 갈 수 있다.

블로그를 결국 티스토리나 네이버가 아닌, 태터툴즈로 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안에서 나는 내 능력이 닿는한 자유를 갖는다. 스킨을 어떻게 만들던, 플러그인을 무엇을 설치하던, 제한은 없다. 내게 주어진 의무는 powered by tatter tools라는 문구와, 홈페이지의 용량 및 트래픽 제한뿐이다.

그 결과가 좀 심하게 투박한 홈페이지긴 하지만.


덤/일기장이 하던 부분, 특히 만화책 감상같은 건 결국 블로그로 옮겨왔다. 이것이 기능의 분화.(야)
덤2/용돈기입장은 엑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