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를 꽤 웃기면서 감동이 있는, 개그 느낌의 드라마 영화일꺼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분명히 웃긴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슬픔이 있는 드라마에 가까웠다. 영화 잡지에서 자주 소개되었던 장면 중에 '동구가 개꿈(..)을 꾸고 다음날 자기 팬티를 빨면서 운다'라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글만 읽었을땐, '꽤 만화적으로 울면서 웃겨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말 처절하게 오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도록 울고 있었다. 그때 이 영화가 트랜스젠더 문제를 보통 상업영화에서 용인되는 수준보다 진지하게 접근하려한다는 것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당황했던 부분이, 일본어 선생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씬. 정말 고백했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면서, '아, 정말 절실했구나'하고 느꼈다. 고백하지 않고 고민하다 포기해버렸다면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고백하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동구의 절실함이랄까 사랑이랄까, 하여간 이 영화가 절대 쉽지 않은 영화라는걸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동했던 것이 주인공 오동구역을 맡은 류덕환의 연기. 류덕환의 연기인지 감독의 꼼꼼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자주 '아 여자구나..'하는 부분을 느꼈다. 다리 모으고 앉아 있는 장면이라던가, ..음 꽤 많았는데 기억이 안난다...;; 하여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씨름부 덩치들과 떡볶이를 먹다가 위협을 느껴서(?) 몸을 뒤로 빼는 부분. 진짜 여자같았다.
초난강은... 그냥 웃겼다. 무지무지 웃겼다. BGM나올때마다 그대로 굴렀다.
동구의 친구인 '종만'도 재밌는 캐릭터였다. 동구의 학교 생활과 여장을 착실히 서포트 해주는 그 모습은.... 영화의 맥락으로 봐서는 분명히 동구의 소원을 완벽하게 이해해주진 못했지만,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받아주는 좋은 친구였다. 장래 희망이 금방금방 바뀌는 그 모습은 역시 갈곳 없는 요즘 1~20대의 상징이었던건가. 다만 동구가 씨름에 집중하게 되면서 출연비율이 확떨어져서 슬펐다.
리뷰글에 자주 소개되었던 명대사 '나는 뭐가 되고 싶은게 아냐, 그냥 살고 싶은거야'는, 나는 좀 쌩뚱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좋은 대사긴 하지만, 그 컷의 전후 자체가 너무 짧았고 그 대사를 받을 상대가 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실은 그 앞대사를 뒤에 있던 꼬마때문에 잘 못들었다는게 최고의 문제였을지도...;;;;;
엔딩스텝롤을 보고 나가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꼼꼼하게 보지는 않는데, 이번엔 정말.. 대단했다. 촬영하면서 도움받은 사람의 이름은 거의 다 써놓은듯한 그 엄청난 스텝롤의 길이. 동네 떡볶이집 아줌마라던가, 비만관리사분들이라던가.
흥행에 실패한건 꽤 이해가 간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렇게 쉬운 영화는 아니다. '보통 남자'가 보기엔, 특히 마지막에 동구가 'Like a Virgin'을 열창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으리라.
영화에서 해준 이야기는 많은데, 내가 느끼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다 빠져져버린데다 순서도 난잡한 리뷰가 되어버렸다. 슬프다..
덤1. 그 '시베리안 허스키 같다'라는 대사에선 무의식적으로 '후와 신리'의 '에비타 셀러브리티'를 생각해버렸다... 덤2. 박소희(궁) 작가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덤3. 사회적으로 남-여의 트랜스젠더는 용납이 되더라도, 여-남의 트랜스젠더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으며, 그 이유는 후자의 경우 남성 지배의 논리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란다. 전자의 예는 봐라, 여자도 나쁘지 않다. 남자가 좋은게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맞는말 같긴 하다. 내가 하리수를 처음 봤을땐 미친거 아냐? 남자가 얼마나 좋은데 그걸 버리냐?라고 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