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쉬를 중심으로 와우 스토리를 까보자
신난다. 가로쉬를 중심으로 와우 스토리를 까보자.
유명한 사실이지만 가로쉬는 굉장히 부침이 심한 캐릭터다. 아웃랜드에서 쭈글하다 변모하는 가로쉬, 노스렌드에서 말안듣고 사고치는 가로쉬, 대격변 초반의 개념이 있다 없다하는 가로쉬, 그리고 판다리아 최종 보스 가로쉬. 이렇듯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헬스크림의 핏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나아지고 있어!라는 반응을 끌어냈지만... 결론은 최종보스라고?! 탈옥해? 아니 애가 반성도 한댔는데 저렇게 허망하게 죽어?!
그렇다. 이 변모의 과정, 특히 대격변과 판다리아 사이에 가로쉬의 행동과 그에 대한 평가는 가히 캐붕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대격변에서 가로쉬에게 미래를 보다가 오그리마 공성전에서 가로쉬를 패던 사람들에게는 희망고문이다.
대격변에서 가로쉬가 했던 개념있는 담화는 크게 두개다. 하나는 은빛 소나무 숲에서 실바나스와의 대화, 또 하나는 돌발톱 산맥에서 크롬가르를 '해고'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캐붕 없이 무난하게 설명할 수 있다. 가로쉬는 싸가지(..)와는 별개로 노스렌드를 거쳐 사울팽을 존경하게 되었고, 자신과 같은 곳 출신의 드라노쉬 사울팽이 그런 식으로 살아나 아버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리치왕과 유사한 방식으로 죽은 이들을 살려내는 실바나스의 행동에 불만을 가지는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가로쉬 본인이 갖고 있는 언데드에 대한 반감도 있다. 실바나스의 단편 소설 '밤의 끝'에서는 포세이큰을 고기방패로 쓰는 가로쉬의 환상을 보고 실바나스가 포세이큰의 여왕으로 각성하는 장면까지 있을 지경이다.
이걸 생각하면 가로쉬가 거기서 실바나스를 썰겠다고 나서지 않은게 용할지경인데.. 그랬다간 동부왕국 전선이 무너진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로쉬가 참을성이 없어서 그렇지 전략적 머리는 좋은 편이다. 어쨌든 난 대격변때 저걸 보고 실바나스가 최종보스로 나설줄 알았다. 설마 가로쉬가 먼저 골로 갈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문제는 그렇다. 돌발톱 산맥이다. 여기서 가로쉬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어린 아이들까지 학살한 죄'를 물어 오크이자 자신의 부하인 크롬가르를 직위 해제 시켰다. (여기서 나도 죽을뻔 한건 일단 중요하지 않다.)
전쟁에서 도의를 지켜야한다는 가로쉬의 말은, 그때만해도 가로쉬가 변화한 모습의 상징이었으며, 유저들이 가로쉬란 캐릭터에 희망을 갖게하는 원천이었다. 볼진과의 대립 등 오크 중심주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가로쉬가 호드의 새로운 대족장으로서 잘 해나갈 것 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러나 가로쉬의 말은 테라모어 폭격으로 그 가치를 잃었다. 가로쉬는 노스렌드에서 사울팽에게 배운것이 없게 되었고,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은 캐붕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 돌발톱 산맥 부분을 제외하면, 의외로 캐붕이 사라진다. 노스렌드부터 가로쉬는 꾸준히 충고 듣는건 싫어하고, 오크 중심주의에 타우렌 정도나 선호하고 다른 종족은 싫어하고, 문제 해결은 일단 주먹으로 하고 보며,직업 차별 성향도 있다! 이런 점들이 살짝 개선된듯 보였던게 부서지는 세계에서 임시 대족장 직위를 맡았을때인데, 그나마도 케른과의 막고라로 원상회복된 듯하다. 아니고서야 데스윙이 뻔히 눈뜨고 살아있는데 잿빛 골짜기를 쳐들어갈까.
그럼 블쟈는 대체 왜 크롬가르 직위해제를 넣었을까. 저 위에 말했던데로 희망 고문이었냐?
위에 가로쉬가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종족 차별주의 성향을 내세우며 전쟁을 일으키는 모습 자체는 캐붕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대체 왜? 왜 가로쉬는 전쟁을 일으켰는가.
현실에서 사람에게는 자기 이외의 성항이나 특성, 특질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배척 성향이 모두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로쉬 헬스크림은 전쟁으로 얼라를 배격하고 암살로 호드를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로쉬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리거는 제시되지 않고있다. 그저 가로쉬의 성격머리가 원래 그러하다.라는 추상적인 제시에 머물뿐이다.
가로쉬가 일으킨 얼라이언스와의 분쟁중 가장 동기가 명확한것은 늑대의 심장의 잿빛 골짜기 전투다. 듀로타가 직면하는 자원 문제를 해결해줄 것들-식량, 목재, 물-등이 풍부하며, 전초기지가 있고, 지리적으로 근접하다.물론 늑대의 심장 자체에서는 이런 동기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부서지는 세계나 단편 소설을 통해 오크의 생존에 잿빛 골짜기가 갖는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물결에서 나타난 테라모어 폭격은 어떠한가.
테라모어가 위치한 먼지진흙 습지대는 이름만으로도 자원 상황은 딱히 나을게 없어보이며, 그나마 제일 발달했고, 전쟁 기지로 쓸만했던 도시는 마나폭탄으로 박☆살이 나버렸다. 대지 자체가 오염되서 못쓴다는 언급도 나왔다. 가로쉬가 테라모어를 폭격해서 몇몇 유명한 장군들을 죽이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얻은건 얼라이언스와의 전면전 계기뿐이다. 전략적으로 따지면 칼림도어 정복을 위해 나엘 지역을 공격하기 전 배후의 위협을 없앤건가.
여하튼, 왜 가로쉬가, 데스윙이 골로 간지 얼마 안돼, 갑자기 칼림도어를 정복하겠다는 자기 마음 속의 대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는가. 칼림도어를 홀랑 먹어버리겠다는 마음은 왜 먹게됐는지는 차치하고, 내가 본 소설이나 인게임에서나 이 부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못 찾은 거 일수도 있다. 그저 원래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새 확장팩 나오니까 스토리 진행을 위해 시작한것 같다.
...가로쉬한테 미안한 생각 안드냐 블쟈?
마찬가지로 볼진 암살 시도.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좀 뻘짓 아닌가.
전쟁 범죄에서 바인은 볼진 암살시도의 근거로 대격변 당시 볼진이 가로쉬에게 한 협박, 호드의 대족장에게 저항 등을 들었다. 그러나 볼진이 협박을 실제로 실현하려 했던 적? 없다. 오히려 이후 테라모어 공격에 직접 참여하고 모구 조사에 응하는 등 말이야 어쨌든 가로쉬의 요청엔 상당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가로쉬의 문제행동에 다른이들과 의견을 모아 비판하려 한 점이 음모다! 라는건... 그런 코르크론 같은 이야기 자제하자. 그리고 바인 너도 거기 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로쉬는 상당히 직접적인 형태로 볼진 암살을 명했다. 볼진이 암살당할 경우 크진 않지만 호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검은 창 부족에 정치적 혼란이 있을것이 자명한데도 말이다. 물론, 볼진을 죽이고 거기에 가로쉬 말을 잘 듣는 츄럴을 앉혀서 꼭두각시 조종을 하는 아주 좋은 방법도 있다. 근데 그러지도 않았다. 메아리 섬은 계엄령이 내려졌고, 그에 저항하는 트롤들도 사살당했다. 이는 호드 전력의 한 축인 검은창 부족을 동맹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로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종족 연합체인 호드에서 오크가 이렇게 행동할 경우, 타우렌을 비롯해 다른 종족들이 반발하고 오크에 저항할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은건가? 차라리 볼진 암살과 바인 암살을 동시에 추진했으면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물론 가로쉬는 트롤을 싫어하고 오크만 좋아하며 오크가 전 세계를 지배하길 원한다. 그 일환으로 호드 내부부터 밀어버린다는 무서운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호드는 얼라이언스와 판다리아에서 대치중이었다. 외부의 적과 싸우면서 내부의 적도 만들어버렸다. 좀 우호적으로 표현해도, 내부의 저항이 그 형태를 갖추게 만들었다.
가로쉬는 전략안에 있어서는 바보가 아니다. 그런 가로쉬가 외부의 적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내부의 적에 명분을 주는 그런 행동을 할까.
진짜 볼진이 한 협박에 쫄았나 가로쉬. 물론 전쟁범죄에서 내가 볼진을 무서워할것 같냐? 고 외치긴했지만.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오그리마 공성전을 발생시킨 큰 축 두개, 테라모어 폭격과 볼진 암살 미수에 대해, 가로쉬가 왜 이 일을 저질렀는가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으며, 이것들이 그저 그래야만 했기때문에, 원래 기질이 그러하였던 가로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 이정도 설명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물론 내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가로쉬라는 캐릭터에 개연성을 잘 부과하지 못한듯 하다.
그리고 드군에서 퇴장은.... 원래 계획이 실현됐으면 좋았으련만. 차마 까기도 미안할정도로 공기같은 비중이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여러 군데서 자주 지적된바 있으나, 가로쉬는 정말 스토리를 굴리기 위한 편의적 캐릭터였다. 블쟈 양심 있으면 가로쉬한테 좀 미안해해라.
덧/ 쓰다보니 가로쉬급으로 이유 없고 계기없이 사고친 놈이 하나 떠울랐다. 히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