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마지막회
진실을 고백하자면
전 어제 전까지 선덕여왕 드라마 1회분을 각 잡고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어제가 유일하게 엉덩이 붙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유일한 화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어째서 마지막 화를 보았는가 하면
어제 천사의 유혹이 끝나고 어머님이 허무감에 빠지샤 잠을 아니 주무시고 컴퓨터를 하시느라 자리를 빼앗겨서..;
드라마를 보지 않았어도 드라마 내용은 대강 알고 있었죠. 포털사이트에 뜨는 기사 제목만 유심히 봐도 한 회 줄거리가 나오는데요.
우연히 이 드라마를 Tv에서 볼 때 제일 많이 했던 소리는 '(고)현정 언니 멋있어요!!!!!!!!!!!!!!!!!!'였습니다만
미실 새주 죽는 날도 아니었던 어제, 평소엔 쓰지도 않는 16:9 HD까지 동원해가며 한 화를 다 볼 수 있던 원동력은 역시 비담 때문....
살짝 장발 머리에 순진한 표정으로 웃는 게 너무 귀여운 나머지, 아직 메마르지 않은 소녀심이 두근두근하군요. 그래, 나 남자한테 낚였다!!!!
하여간 감상 시작
1. 낚은 건 비담이었지만 백미는 염종. '넌 핑계를 찾고 있지만 널 망친 건 너다.'라는 대사를 할 때의 연기력이 너무 일품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더군요. 그에 맞서는(?) 비담도 연기가 상당히 출중해서 둘이서 대립하는 장면이 볼만했습니다.
2. '덕만 앞까지 앞으로 xx보'를 외치던 비담. 상당히 까이긴 하던데 전 괜찮습니다. 이미 비담에게 콩깍지가 씌워진 상황이라 그것마저 살짝 가슴이 두근두근한 맛이 있었습니다.
'야 이 자식에, 할 말이 있으면 생포 당한 다음 국문장에서 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사람은 가끔 쉬운 길을 알면서도 멍청한 짓을 하고 싶어하니까요. 오히려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도 마지막 말만큼은 자신의 힘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3. 비담이 알바티니를 같다는 이야기가 모처에서 나왔지만, 그건 알바티니에 대한 모욕인듯 합니다. 최소한 알바티니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요.
4. 저라면 비담이 특공 하는 장면에서 절대로 덕만이를 울지 않게 했을겁니다. 그렇게 애틋한 표정으로 쳐다보지도 않을거고요. 지극히 냉랭한 표정으로 보다가 쓰러지는 순간에야 표정을 보이게 했을 듯. 뭐, 각본가 개인 취향이죠.
5. 아무래도 알천랑은 소외당하는 느낌. 너무 하지 않은가 제작진.
6. 죽기 전에 유신공에게 '나랑 같이 도망가지 않겠느냐'는..... 정말 어장관리 떡밥?
농담이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는 대답을 들을걸 알고 있었겠죠. 제발 그렇다고 해줘!!!!
7. '황명입니다'라고 하는데 명령하는 어투가 아니라 엄마한테 조르는 어린아이 어투 같은 느낌.
8. 덕만이 너까지 의자에서 죽을 필요는 없었잖아? 그러니까 미실 파슨이라는 소리나 듣지.
9. 근데 사실 의자에서 죽은 것보단, 정말 분위기는 죽은 것 같았는데 얼굴 클로즈업을 하니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웃겼습니다. 막판에 크게 웃은 기분.
10.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뭐, 전 넘어갈 수 있어요. 전 마음이 넓으니까.(응?) 그래도 덕만이 '그래도 난 이런 일을 해냈으니까, 비록 너에게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어도 힘내'라는 식이었다면 저도 좀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11. 전 흰옷을 입은 분이 새주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설마, 제발, 여기서 새주님이 나오면 최악이야!!!!'라고 외쳤 기때문에, 차라리 여왕님이 나타났을 땐 마음이 놓이더군요.
12. 그러고 보니까, 춘추는? 춘추는?!!!!!!!!!!! 그놈의 무덤 앞에서 대화 장면을 빼고, 원래 들어갈 예정이었던 덕만-춘추 대화장면을 집어넣으라고, 이 제작진들아!!!!
13. 미실사후의 선덕여왕은, 덕만과 미실이 애초에 방향성이 다른 타입이었음에도, 미실 사후 미실을 따라 하던(=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덕만이 망하는 이야기랄까. 그런 느낌입니다.